1. 심장주기
한 심박의 시작부터 다음 심박의 시작까지의 기간을 심장주기라고 합니다. 안정 시 심박수를 기준으로 할 때 심장주기는 약 0.8초입니다. 심장주기를 분류하면 혈액이 심방에서 심실로 들어오는 기간을 심실 확장기, 심실에 들어온 혈액이 대동맥이나 폐동맥으로 나가는 기간을 심실 수축기라고 하며, 심방 확장기와 심방 수축기는 심실 확장기와 심실 수축기에 선행합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심방과 심실을 교대로 수축하게 되어 심장은 혈액을 한 방향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심방 확장기는 심장주기 중 가장 긴데, 이것은 혈액이 심장으로 들어올 때 천천히 들어오므로, 많은 혈액을 받기 위해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긴 것은 심실 확장기인데 이는 심실의 다음 수축기를 위해서 준비하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심전도 상에서는 처음 심실의 확장기가 끝나기 전에 심방으로부터 심실 내로 활동전위가 형성되어 QRS군이 나타나고 심실의 재분극에 의한 T파가 나타나기 전에 심실이 수축하기 시작합니다. 심장주기에 따라 흉곽으로부터 일정한 간격으로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심음이라고 하며 제1심음, 제2심음, 제3심음 등이 있습니다. 제1심음은 심실 수축 시 방실판막이 닫힐 때 발생하는 소리이고, 제2심음은 대동맥 및 폐동맥 판막이 닫힐 때 생성되는 소리이며, 제3심음은 약하게 들리며 혈액이 심방에서 심실로 들어오면서 심실벽을 진동시켜 나는 소리입니다. 심실의 수축 직전에는 심방 내압이 심실 내압보다 높아 방실판막이 심실을 향하여 열려 있다가, 심실이 수축하게 되면 심실 내압이 상승하면서 방실판막이 심방 쪽을 향해 닫히면서 제1심음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대동맥판막이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심실이 계속 수축하게 되면 심실 내 용적의 변화 없이 압력만이 급격히 상승하게 되는데 이를 등척수축기라고 합니다. 심실의 계속적인 수축으로 인해 심실 내압이 증가하여 대동맥 내 압력보다 높아지게 되면, 닫혀 있던 대동맥판막은 대동맥 쪽을 향하여 열리게 되고 혈액이 심장으로부터 산출됩니다. 이때 심실 내 압력은 100~200mmHg 정도까지 올라가며 안정 시 심실 1회 수축에 의해 약 20~80mL의 혈액이 산출됩니다. 그러나 운동 시 또는 각 말초조직의 혈액 요구량이 증가한 경우에는 이보다 더 많은 양의 혈액이 산출될 수도 있습니다. 대동맥은 많은 양의 탄력섬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80mL라는 혈액을 일시에 말초로 보내지 않고 혈관 내에 임시로 수용할 수 있습니다. 혈액을 박출한 심실의 내압이 차츰 떨어져 대동맥 혈압보다 작아지게 되면 대동맥판막이 심실을 향해 닫히게 되고 이때 제2심음이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제1심음은 저음이고 둔하며 소리의 지속 시간이 길고(진동수는 매초 57~70), 제2심음은 고음이고 예리하며 소리의 지속 시간이 짧습니다(진동수는 매초 90~100). 방실판막이 아직 열리지 않은 채로 심실이 확장하게 되어 심실 내 압력이 급격히 저하하는 동안을 등척이완기라고 합니다. 계속하여 심실이 확장하게 되면 마침내 심실 내압이 저하되어 방실판막이 심실을 향해 열리면서 혈액이 심방으로부터 심실을 향해 급격히 흘러 들어가게 되는데, 이때를 급류 기라고 하며 제3심음이 발생하게 됩니다. 심실 확장에 의한 심실 내압의 감소에 의해 심방이 수축하기도 전에 이미 70%의 혈액이 심실로 이동하고, 심방이 수축하게 되면 나머지 30%도 심실로 이동합니다. 제3심음은 판막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므로, 제1심음이나 제2심 음보다 음조가 더 낮으며 소리의 지속 시간이 짧기 때문에 청취하기 힘듭니다. 제3심음을 비롯한 기타의 심음은 어린 아이나 운동선수에서 청진할 수 있으며, 울혈성 심부전으로 인한 좌심실 부전 등 여러 심장 질환의 경우에도 청진될 수 있습니다.
2. 혈압과 맥박파
심실이 수축하게 되면 대동맥으로 산출된 혈액의 일부는 동맥을 통해 말초로 이동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혈액은 말초로 운반되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대동맥과 다른 동맥 내에 수용됩니다. 이로 인하여 대동맥과 다른 동맥들은 자신의 용적보다 많은 양의 혈액을 수용하게 되므로 혈관 내에 압력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동맥혈압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혈압은 동맥혈압을 일컫습니다. 혈액은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유동하기 때문에 혈압은 혈액을 순환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폐동맥의 혈압은 대동맥의 혈압보다 낮습니다. 혈압을 측정하는 방법에는 직접 혈관 내에 도관을 삽입하여 압력을 측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혈압계를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측정합니다. 흔히 사용하는 혈압계에는 수은혈압계가 있는데, 이것은 압박대로 팔의 윗부분에 압력을 가하여 상완동맥으로 흐르는 혈류를 차단하였다가 차츰 압박대의 압력을 낮추어 압박대의 압력이 혈류의 압력과 같거나 그보다 낮아지는 시점에서 갑자기 혈액이 흘러 형성되는 소용돌이 소리를 청진함으로써 수축기 혈압을 알아내는 장치입니다. 계속하여 압박대의 압력을 더 낮추게 되면 소용돌이 소리가 소실되거나 매우 작아지게 되는데 이때가 확장기 혈압입니다. 수축기 혈압은 좌심실로부터 일시적으로 많은 양의 혈액이 동맥관 내로 나오기 때문에 생긴 압력이며, 수축기 때 대동맥에 일시 저장되었던 혈액이 말초혈관으로 흘러 나간 후 얼마나 많은 양의 혈액이 대동맥에 계속 수용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확장기 혈압은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 확장기 혈압은 다양한 동맥에서 비교적 비슷하지만, 수축기 혈압은 대동맥과 말초동맥 사이에서 상당히 다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맥압은 수축기 혈압과 확장기 혈압의 차이를 말합니다. 성인에서 정상 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20mmHg 미만이고 확장기 혈압이 80mmHg 미만인 경우를 말하며,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 또는 확장기 혈압이 90mmHg인 경우는 고혈압으로 진단합니다. 고혈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원인 질환이 밝혀져 있는 경우를 이차성 고혈압이라고 하며, 원인 질환이 발견되지 않은 경우를 본태성(일차성) 고혈압이라고 합니다. 전체 고혈압 환자의 약 95%는 본태성 고혈압입니다. 혈압은 심장으로부터 산출되는 혈액의 양, 말초로 흘러 나가는 혈액의 양, 혈관벽의 탄력성에 의하여 결정됩니다. 만일 심박출량이 증가하거나, 말초혈관의 저항이 증가하거나, 혈관벽의 탄력성이 저하되면 혈압은 증가합니다. 한편 수축기에 산출되는 혈액량이 감소하면 수축기 혈압이 감소하고 말초혈관에서 저항이 적어지게 되면 확장기 혈압이 감소하게 됩니다. 혈압은 연령에 따라 변화하게 되며 안정 시와 활동 시, 흥분 시, 수면 시 또는 질병에 따라 변화가 심합니다. 혈압은 여러 메커니즘에 의하여 조절되는데 자율신경계와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계통과 같은 내분비계 등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계통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 혈압이 높아지므로 그 각 단계를 교란시켜 혈압을 낮추는 약물이 개발되어 고혈압 치료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처음 심실에서 혈액이 산출되면 대동맥 내 혈액의 관성 때문에 대동맥의 시작 부위에서 혈압이 상승하게 되고 그 부위의 혈관이 확장됩니다. 이처럼 혈액의 흐름에 의하여 동맥이 팽창과 이완을 되풀이하게 되면 맥박이 형성됩니다. 맥박은 손목에 있는 요골동맥이나 척골동맥에서 촉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시간에 따라 계속하여 연속적으로 심실로부터 혈액이 산출되면 대동맥 내 혈액의 관성을 능가하여 압력의 증가가 점점 말초로 전파되는데, 이는 마치 팽팽한 고무줄의 한쪽 끝을 진동시켰을 때 다른 쪽 끝으로 진동파가 전파되는 현상과 비슷하며, 잔잔한 웅덩이에 돌을 던졌을 때 작은 파도가 주위로 전파되는 것과도 같은 현상입니다. 이를 맥박 파라고 하는데 맥박파의 전파 속도는 혈류의 속도와는 무관하며 사실상 혈류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말초혈관으로 전달됩니다. 맥박파의 전파 속도는 혈관 경직도를 측정하는 방법 중 하나로서 혈관 경직도가 높을수록 맥박파 속도는 높게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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